최근 디젤 엔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유로(EURO)’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유로 엔진, 유로 규제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이 되기도 하며 많은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그럼 대체 유로라는 게 뭐길래, 유독 디젤 엔진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일까요?
유로(EURO), 유럽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예상하셨듯이, ‘EURO’는 유럽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그리하여 유로 엔진의 ‘유로(EURO)’ 역시 유럽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유로 엔진’은 디젤 엔진에 대한 환경 규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즉, 유럽 연합(EU)이 도입한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규제 단계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규제는 유럽 전체에 운행되는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를 절감시켜 보다 깨끗한 대기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상 디젤 엔진의 기술 개선을 요구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디젤 엔진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죠.
단계별로 차근차근 강화된 유로 엔진!
처음 도입 시 1단계에서 시작한 유로 엔진이 현재는 6단계까지 강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럼 단계별 강화 수준들을 살펴볼까요?
EURO 1 (1992년, 한국 1994년 도입)
1992년 유럽 연합에서 처음으로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 그리고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등에 대한 규제가 처음으로 시행되었죠.
이 시기부터 질소산화물을 포집해 태우는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DPF 입니다. 또한, EURO 1 규제가 시작되면서 연료를 전자제어 방식으로 정교하게 분사하는 기술이 디젤 엔진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EURO 2 (1996년, 한국 2000년 도입)
EURO 1이 시행된 지 4년 만에 유럽 연합은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이전대비 30% 이상 감소를 목표로 EURO 2 규제를 추가로 마련하였습니다. 규제는 분명 강화됐지만, EURO 1에서 도입된 기술들을 이용해 처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기술이 도입되진 않았죠.
EURO 3 (2001년, 한국 2005년 도입)
EURO 2와 EURO 3을 구분 짓는 가장 큰 기준은 승용차에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가 그렇지 않은가 입니다. 기존의 규제가 상용차를 중심으로 한 규제였다면, EURO 3부터는 승용차에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했죠.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량은 이전보다 더욱더 강화됐고, 더불어 전자식 커먼레일 직분사 인젝터(CRDi)가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EURO 4 (2005년, 한국 2008년 도입)
EURO 4로 강화되면서 배기가스를 포집해서 태워 없애버리는 기술도 함께 개선되었습니다. 연료의 불완전 연소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기가스 자체를 정화하는 시스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됐죠. 또한, 이때부터 일부 상용차들은 요소수로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EURO 4 기준에 미달하는 디젤 엔진에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규제 조치도 함께 시작됐죠.
EURO 5 (2009년, 한국 2011년 도입)
EURO 5 규제가 발표됐을 때 상당히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EURO 1이 도입되었던 당시에는 9g/kWh였던 질소 산화물 배출량이 1/3 수준인 2g/kWh로 강화되었고, 미세먼지의 경우는 0.4g/kWh에서 0.02g/kWh로 엄청나게 강화됐죠.
그래서 이 시기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환원시키는 방식이 대부분의 승용 및 상용디젤 차량에 보급되었고, 이 기준을 통과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하는 등 한층 더 적극적인 배기가스 절감 기준이 시행됐습니다.
EURO 6 (2014년, 한국 2015년 도입)
당연히 EURO 6 규제가 발령되면서 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그러나 EURO 5와 확연히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실험실에서 가상으로 주행하며 배기가스를 검사했던 이전 규제와 달리, EURO 6에서는 실제 일정 거리를 달리게 하여 배기가스를 실시간으로 포집, 검사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초미세먼지 배출량에 대한 집중적인 규제 강화가 함께 진행되었죠.
이렇게 강화된 규제 때문에 엔진 제조사들의 해프닝도 있었는데요. 이 시기에 일부 디젤 엔진 제조사들이 EURO 6와 더불어 그보다 더 강한 규제로 알려진 미국의 BIN 5를 동시에 통과할 수 있는 엔진이라 발표했지만, 사실은 ECU 프로그램 조작임이 밝혀져 행정당국으로부터 엄청난 과징금을 물기도 했습니다.
EURO 규제, 우리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칠까요?
EURO 규제는 위에서 보신 것처럼 디젤 엔진이 배출하는 대기 오염 물질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규제를 통과하는 엔진이라면 분명 이전에 생산된 디젤 엔진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을 것입니다.
이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이전보다 좀 더 깨끗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하죠. 인류의 건강과 지구 환경 보존보다 더 우선되는 가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통해서 편의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더 깨끗한 엔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4~5년에 한 번씩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제조사들은 이 규제에 대처하고자 각종 장치와 기술을 도입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디젤 엔진 자동차의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습니다.
구매자 입장에서 보자면 단편적으로는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볼 수도 있겠죠?
이번 편에서는 우리들을 헷갈리게 하는 EURO 엔진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쳐 보았는데요. 이제는 유로 엔진 또는 유로 규제라는 단어들을 헷갈리시지 않겠죠?
다음 편은 유로 엔진에 어떤 엔진오일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셨던 분들을 위해 준비해보았습니다. EURO 엔진, 어디까지 알고 있니? [엔진오일편] 에서는 유로 엔진의 엔진오일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드릴 테니, 어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