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탄소중립의 새로운 대안, e-Fuel(합성연료)
  • 20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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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기계공학과 배충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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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의 미래차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만으로 모든 수송 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가운데 기존 내연기관을 활용하면서도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e-Fuel(이퓨얼: 재생합성연료)’이 새로운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연 e-Fuel은 내연기관의 마지막 생존 전략일까요, 아니면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또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포르쉐 등 자동차 브랜드가 e-Fuel에 주목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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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산업에서는 전기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져 왔습니다. 실제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고, 각국 정부 역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내연기관 차량 규제를 강화해 왔는데요.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차량 가격, 배터리 원자재 공급 문제, 충전 시간에 대한 부담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판매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초기 기대만큼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되는 개념이 바로 ‘전기차 캐즘(EV Chasm)’입니다. 캐즘은 혁신 기술이 초기 수용층을 넘어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대중 시장에 안착하기 전 거치는 과도기적 단계로, 최근 전기차 시장 역시 이러한 전환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새로운 질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정말 전기차만으로 가능할까?”

 

승용차 시장에서는 전기차가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수송 산업 전체로 넓혀 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집니다. 장거리 항공기와 대형 선박, 중장비, 장거리 화물 운송 차량 등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운행 거리가 필수적인 분야인데요. 현재의 배터리 기술만으로는 무게와 충전 시간, 운행 효율 측면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또한 이미 전 세계 도로를 달리고 있는 수십억 대 규모의 내연기관 차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주유소, 저장 시설, 정유 및 물류 인프라를 단기간에 모두 교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탄소중립을 추진해야 하는 속도와 기존 시스템을 전환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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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기술이 바로 ‘e-Fuel’입니다. e-Fuel은 기존 내연기관을 활용하면서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전기차처럼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라기보다, 현재의 운송 시스템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접근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포르쉐입니다. 포르쉐는 칠레 남부의 풍부한 풍력 자원을 활용해 e-Fuel을 생산하는 실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상용화 가능성도 꾸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도 포르쉐가 e-Fuel에 투자하는 이유는 단순히 내연기관에 대한 향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스포츠카 특유의 주행 감성과 엔진 경험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중립 목표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선택지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는 포르쉐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이미 구축된 내연기관 중심의 운송 체계를 탄소중립 시대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자동차 산업은 물론 항공·해운·에너지 업계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있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즉, 미래 수송 에너지는 하나의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기차가 중요한 해법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 수 있죠. e-Fuel은 바로 그 틈새에서 기존 인프라와 탄소중립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과 이산화탄소로 만드는 연료, e-Fuel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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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uel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생산 과정 자체가 탄소중립 개념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e-Fuel을 두고 ‘공기와 물로 만드는 인공 석유’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다소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원리를 살펴보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e-Fuel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물에서 수소를 얻고, 공기 중이나 산업 공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₂)와 결합해 만드는 합성연료입니다. 쉽게 말해 기존처럼 지하에서 원유를 채굴하는 대신, 물과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새로운 연료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Fuel 생산 과정

먼저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때 물(H₂O)은 수소(H₂)와 산소(O₂)로 분리되는데요. 여기서 생산된 수소가 e-Fuel 제조의 핵심 원료가 됩니다.

 

다음 단계는 이산화탄소 확보입니다. 이산화탄소는 발전소나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포집하거나, 공기 중 CO₂를 직접 회수하는 DAC(Direct Air Capture)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합성연료 생산입니다. 확보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메탄올이나 합성원유와 같은 중간 물질이 만들어지는데요. 이후 추가 공정을 거치면 가솔린, 디젤, 항공유 등 기존 석유연료와 유사한 형태의 액체 연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메탄올 합성이나 피셔-트롭슈(Fischer-Tropsch) 합성 같은 기술이 활용됩니다.

 

e-Fuel이 탄소중립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탄소 순환(Carbon Cycle)’ 구조에 있습니다. 기존 화석연료는 지하에 저장돼 있던 탄소를 새롭게 대기 중으로 배출하지만, e-Fuel은 이미 대기 중에 존재하거나 산업 공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활용합니다.

 

물론 e-Fuel 역시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원료로 사용한다면, 전체적으로는 순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e-Fuel은 기존 가솔린이나 디젤과 유사한 물성을 갖고 있어 현재 운행 중인 내연기관 차량에 큰 개조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기존 주유소와 저장 시설, 운송 인프라 역시 상당 부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인프라 구축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 때문에 e-Fuel은 단순히 또 하나의 친환경 연료가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 기반 운송 시스템과 탄소중립 사회를 연결하는 ‘전환 기술(Transition Technology)’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한 e-Fuel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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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uel은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체 연료를 넘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시스템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구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자원은 국가마다 보유 여건이 크게 다릅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유리한 자연환경을 갖춘 국가가 있는 반면, 국토 면적이나 기후 조건 등의 제약으로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어려운 국가도 적지 않죠.

 

이러한 상황에서 e-Fuel은 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는 에너지 운반체(Energy Carrier)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수소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의 연료를 제조한 뒤, 이를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과 자연환경 등의 제약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국가로 평가됩니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산업국가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죠. 이러한 국가들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생산된 메탄올, 암모니아 등 수소 기반 합성연료를 수입함으로써 에너지 수급 안정성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즉, e-Fuel은 단순한 대체 연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자원을 국가 간에 연결하는 에너지 운반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지역적 편중 문제를 완화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필요한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Fuel의 경제성과 상용화를 위한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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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측면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매우 매력적인 e-Fuel이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입니다. 현재 e-Fuel의 생산 비용은 기존 화석연료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확보 비용을 비롯해 수전해 설비 구축 비용, 탄소 포집 비용, 합성 공정 운영 비용 등이 생산 단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규모 상용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효율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힙니다. 전기차는 생산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해 직접 차량 구동에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활용 효율이 높은 편입니다. 반면 e-Fuel은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연료를 합성한 뒤 저장과 운송, 연소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에너지 전환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 효율 측면에서는 전기차가 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Fuel은 효율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연료 공급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생산한 e-Fuel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에너지 공급망 구축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에너지 기업들은 e-Fuel 생산 및 실증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항공·해운·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지속가능 연료 도입을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e-Fuel이 모든 수송 분야의 탄소중립을 단독으로 실현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이 쉽지 않은 항공·해운·고성능 차량 분야에서는 현실적인 탄소 저감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미래 모빌리티는 하나의 기술이 모든 영역을 대체하기보다, 전기차와 수소, e-Fuel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나누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미래 수송 에너지의 해답 역시 하나의 기술이 아닌, 다양한 기술이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며 조화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찾아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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