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내부의 윤활, 밀봉, 방청, 냉각, 청정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윤활유는 내연기관의 작동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죠. 이렇게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윤활유는 과연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요?
상처 치료제 연구 중 발견된 석유의 뛰어난 윤활 작용
혹시 알고 계셨나요? 석유에서 추출한 성분인 윤활유가 기계에 사용할 목적의 연구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사실 석유 성분의 윤활유는 상처 치료를 위한 소재로써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미시간 주 출신의 물리학자, 존 엘리스 박사가 석유 성분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상처 치료 연고 개발에 몰두한 것이죠. 하지만, 머지않아 석유 성분이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존 엘리스 박사는 연구 중 석유 성분이 기존에 사용해오던 동∙식물성 지방보다 더 뛰어난 윤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기계에 응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빠르게 연구의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개발된 석유계 윤활유는 그 이후 산업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초기의 석유계 윤활유, 과연 어디에 쓰였을까
미국의 석유 및 철도 산업의 발전이 시작되던 1860년대, 석유계 윤활유는 증기기관차의 엔진에 처음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석유계 윤활유는 동∙식물성 지방보다 고온에서도 성능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 입증된 후 기관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용 기계류에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열차 개발 및 철도 산업 발전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죠.
자동차에 윤활유가 처음 사용되었을 때는 언제일까요?
증기 기관에 윤활유가 처음 사용된 시점으로부터 약 20년 후인 1880년대 말경 자동차가 최초로 시판되었습니다. 오늘날 대표적으로 윤활유를 사용하는 수단인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되었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이렇게 개발된 윤활유는 1920년대를 기점으로 자동차가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더 큰 산업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커지면서 저마다 다른 성능의 엔진들이 개발, 판매됐던 것이죠. 당시 미국 만해도 벌써 수백 개에 이르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존재했으니까요. 게다가 판매된 자동차가 사용되는 환경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성능과 종류의 엔진을 위해 더 다양한 윤활유가 필요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1930년대 말경, 미국 자동차 기술 협회(SAE)는 하나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그리하여 100도의 온도를 기준으로 윤활유가 흘러내리는 점도를 평가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엔진 오일의 기준인 SAE 규격입니다.
엔진 오일 기술의 도약 계기, 2차 세계 대전
빠른 속도로 발전해 온 윤활유는 2차 세계 대전을 통해 더 많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그 원동력은 다름 아닌 비행기였죠!
이 당시 비행기의 대부분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종류와 동일한 피스톤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자동차와 비슷한 엔진 오일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비행기의 엔진은 자동차보다 훨씬 더 무겁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높은 고도로 비행할 경우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가운 온도에 노출된다는 점이었죠. 이러한 이유로 인해, 더 큰 힘을 만들어 내야 했기 때문에 엔진 자체의 온도가 더 뜨거워지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당연히 비행에 적합한 엔진 오일의 개발이 절실했고, 더 많은 기준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W 규격입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높은 고도의 낮은 기온에서도 점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0도를 기준으로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윤활유의 점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평가했고, 이렇게 저온 점도 항목이 추가되면서 오늘날의 0W-30과 같은 규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석유계 윤활유의 탄생부터, 엔진오일 규격화까지!
엔진 오일은 역사적인 사건들과 함께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답니다. 다음 편에는 합성유와 PAO, 에스테르 오일의 등장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흥미로운 엔진 오일의 역사 이야기, 놓치지 않고 2편까지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