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차는 3,000cc 직렬 6기통에 ‘340마력'과 ‘45.9kg.m의 토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토크와 출력이죠?” 라는 이야기 말이죠. 자동차에 대해서 잘 아는 분들은 이 문장에 쓰인 몇 가지 수치를 가지고 그 차의 기본적인 성능을 예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해줘도 정확히 이 차가 어떤 동력 성능을 가졌는지 추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마력이라 불리는 수치를 두고 어렴풋이 판단은 하지만, 토크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과연 마력과 토크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런 단어들이 엔진을 설명할 때 쓰이게 됐는지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마력? ‘말의 힘’이란 단어가 왜 엔진의 능력을 나타낼까요?
흔히 마력이라 하면 ‘말 한 마리의 힘’ 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한 마리의 말이 1초 동안 75kg의 추를 1m가량 들어 올리는 힘” 입니다. 그러니 말 한 마리의 힘이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죠?
그런데 왜 ‘말’을 기준으로 측정하게 되었을까요?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굳이 말이었을까요? 이 단위가 처음 나온 것은 17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증기기관이 제임스 와트에 의해 막 개발된 시기였죠. 이른바 엔진이라는 것이 처음 개발됐는데, 이 엔진이 어느 정도 힘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수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야 더 큰 힘을 내는 엔진이라는 것을 구체화할 수 있으니까요.
당시 영국에서는 마차가 주요 운송 수단이었고, 그래서 말은 마차를 비롯해 각종 농기구를 끌고 다니는 동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초 동안 75kg의 추를 1m가량 들어 올리는 힘’이라는 수치를 산출하는 기준에 말이 쓰이게 됐죠. 이때 만약 영국에서 말이 아닌 소가 보편적이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1우력 이라고 표기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엔진의 힘을 나타내는 또 다른 단위 ‘토크’
토크는 좀 더 구체적인 수치와 단위로 표현됩니다. 마력보다 나중에 나온 개념으로, 쉽게 말해 ‘비트는 힘’ 입니다. 즉 회전하는 축을 비트는 힘이란 의미이며, 그래서 회전력이라고도 부르고, 간혹 구동력이라고도 불립니다.
한마디로 토크는 바퀴 또는 회전축이 한 바퀴 돌아가는 데 쓰이는 힘을 뜻합니다.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힘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엔진에 표기된 토크는 어디까지나 엔진의 회전축에서 측정된 힘이지, 실제 지면에 뿌려지는 힘은 조금 다릅니다. 열과 동력 손실이라는 것이 추가되기 때문이죠. 특히 바퀴의 경우 지면과의 마찰력 에 영향을 주는 지면의 상태와 타이어의 마찰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조금 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토크가 바퀴를 회전시키는 힘이라고 쉽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엔진의 힘을 나타낼 때 왜 항상 토크와 마력을 함께 표기하나요?
그 이유는 두 가지 개념이 조금 다르게 쓰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두 단위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단 다른 단위들과 함께 복합적으로 쓰이는데요. 실제 자동차 엔진의 성능을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선 트랜스미션의 기어비와 함께 어느 정도 회전수에서 어느 정도의 마력과 토크가 산출되는지를 함께 봐야 하므로 딱 두 가지 수치만으로는 엔진의 전체 성능을 짐작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하지만 이 자리는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는 자리이므로, 두 단위의 개념 차이만 가져와 쉽게 설명해보면 이렇습니다.
마력은 위에 설명에서 본 것처럼 1초라는 시간의 개념이 들어가며, 토크는 시간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수치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게 되는데,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라톤 선수처럼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달릴 수 있는가? 가 마력이며, 역도 선수처럼 순간적으로 몇 kg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가? 가 토크입니다.
그래서 흔히 마력을 이야기할 때 ‘최고 속도에 얼마나 빨리 도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최고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 를 거론하며, 반면 토크를 이야기할 때는 ‘순간 가속도가 얼마나 되는가?’ 를 거론하곤 합니다.
잠깐! 다른 나라도 엔진 성능에 대해 같은 단위를 사용하나요?
국제 공통 단위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특정 국가별로 사용하는 단위가 조금씩 다릅니다. 연비를 측정하는 단위가 다른 것처럼 말이죠.
한국은 마력을 hp(Horse Power)라고 하고 토크를 표기할 때도 kg.m로 표기하는 반면, 프랑스나 일본은 ps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둘 다 같은 마력을 뜻하지만, 수치가 약간 다를 수 있는데, 이는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사용하던 도량형의 차이 때문입니다.
무조건 마력과 토크가 높으면 엔진 성능이 좋은 걸까?
이론적으로는 마력과 토크가 높으면 성능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개념이 더 추가되어야 합니다. 바로 ‘회전수’ 입니다.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이야기가 나올 때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바로 ‘0,000rpm일 때 최대 출력 혹은 최대 토크가 발생한다.’ 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고요?
그러니까 엔진이 어느 정도 회전할 때 가장 높은 마력과 토크가 분출되는지를 봐야만 비로소 ‘엔진의 성능이 어느 정도일 것이다.’ 라는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효율이라는 개념을 추가한다면 엔진의 성능을 더욱 더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최대 출력과 토크가 3,000rpm에서 나온다’ 라고 하면 일반적인 자가용 승용차로는 아주 괜찮은 상황입니다. 연료는 비교적 적게 사용하면서 많은 일을 하며, 많은 힘을 발생시킨다는 뜻이 되겠죠.
하지만 ‘13,000rpm에서 최대 출력과 토크가 나온다’ 고 하면, 이는 굉장히 낭비가 심한 엔진일 겁니다. 이는 대부분 레이스카에 해당하는 수치로, 엔진 회전수가 최대치에 근접했을 때 비로소 가장 많은 출력과 토크를 발생시키니 당연히 연료 소모는 클 수밖에 없겠죠.
물론 3,000rpm의 엔진보다는 훨씬 더 많은 마력과 토크를 발생시키긴 할 겁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 엔진이 오히려 성능이 더 좋다고 볼 수 있겠지만,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전자 쪽이 성능이 더 좋다고 평가할 겁니다.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 간의 차이도 있나요?
흔히 가솔린 엔진은 마력이 높은 반면 토크가 낮고, 디젤 엔진은 그와 반대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결과만 놓고 본다면 꽤 설득력이 있는 표현입니다. 두 엔진이 이렇게 서로 다른 성능을 보여주는 것은 엔진의 작동 원리와 더불어 연료 자체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죠.
디젤 엔진의 경우 압축을 통해 폭발을 유도해 엔진을 회전시키기 때문에 엔진의 회전수가 가솔린 엔진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폭발하는 힘이 더 커서 토크는 더 강하다고 이야기하죠. 디젤 연료 자체가 가솔린에 비해 큰 폭발력을 갖기 때문에 토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같은 배기량, 같은 트랜스미션 같은 타이어를 장착한 두 개의 다른 엔진을 출발시키면, 처음에는 디젤 엔진이 더 빨리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솔린 엔진이 더 빠른 속도에 도달합니다.
엔진의 성능을 오직 마력과 토크로만 판단하는 것은 금물!
그러나 단지 마력과 토크 수치만 가지고 엔진의 성능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물론 어렴풋이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만,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수치가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대 마력과 토크가 어느 정도 엔진이 회전할 때 발생하는가?’ 부터 기어비는 어떠한지, 타이어는 어떠한지 등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가령 같은 마력과 토크를 지니고 있는 자동차라고 해도, 기어비가 다르거나 혹은 타이어가 다르다면 수치만 같을 뿐 실제 도로에서 달리는 성능은 판이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니, 엔진의 전체 성능을 평가하기에 마력과 토크만으로는 확실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인 자동차의 제원을 들여다보면서 비슷한 차종끼리 서로 비교해보는 것이 엔진의 성능을 더욱 명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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