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유(混油)’란 한자어 그대로 자동차에 주유를 할 때 규정된 연료가 아닌 것을 넣어 두 종류 이상의 기름이 섞이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디젤 엔진(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넣거나, 반대로 가솔린 엔진(휘발유) 차량에 경유를 넣는 사례가 있고, 이 밖에도 고급 휘발유를 사용해야 하는 차에 일반 휘발유를 넣거나 무연 휘발유를 사용해야 하는 차에 유연 휘발유를 넣는 것도 모두 혼유입니다. 그리고 ‘혼유 사고’란 혼유로 인한 차량의 고장, 사고 등 후속사태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죠.
최근 3년 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혼유 사고 상담은 전국적으로 100건이 넘을 정도로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혼유는 차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오늘은 혼유 및 혼유 사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가솔린(휘발유) 차량에 경유를 주입하면? 혼유 사고 증상
혼유 시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시동 불량이 있습니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또는 시동이 걸렸다고 하더라도 오래 달리지 못하고 출력이 저하되거나 진동·소음이 발생합니다. 특히 휘발유 차량에 휘발유가 없는 상태에서 경유가 주유되면 가솔린 엔진에서 경유가 불완전 연소되어 검은색 배기가스가 배출되며, 엔진 블록이 녹아 엔진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차량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원래 자동차의 연료들은 발화점이 각기 다르며, 이로 인해 작동 원리에도 차별점이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 경유 차량에는 점화장치가 없고 휘발유 차량에는 점화장치가 있으며, 점화장치를 통해 폭발하는 단계가 요구되죠. 이 같은 차이점으로 인해 차량에 해당하는 유종 외 다른 유종을 주입할 경우 기기 및 장치 작동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고, 점화장치가 없는 경유차보다 휘발유차의 사고가 더 크게 발생하는 것입니다.
혼유 사고 대처 방법
하지만 혼유 사고는 휘발유차보다 경유차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주유구가 크기 때문인데요. 휘발유차의 주유구가 직경 2.1~2.2cm인 반면, 경유차의 주유구 직경은 2.54cm로 더 큽니다. 이로 인해 휘발유차에는 경유 주유기가 잘 들어가지 않지만, 경유차에는 휘발유 주유기가 잘 들어가서 경유차의 혼유 사고가 평균적으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어느 유종의 차에서 혼유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휘발유차든 경유차든 혼유 시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혼유 도중 문제를 인식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량에 시동을 걸어 엔진이 가동되기 전으로, 혼유가 차량의 연료통 안에만 머물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견인차를 불러 차량을 정비소로 옮긴 후 연료통을 분리해 내부를 세척하면 정비가 끝납니다.
하지만 시동을 걸어 혼유가 자동차 내부에 퍼진 상태라면 혼유가 영향을 미친 부품 전부를 점검 및 수리·교환해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발생하는 부품은 연료탱크, 고압펌프, 인젝터, 점화플러그 등이며 시동 및 이동이 시도되었다면 엔진 전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혼유 사고 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대처 방법은 차량에 시동을 켜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시동 및 이동 후에 혼유를 알게 되었고 주행 중인 상황이라면 차를 즉시 갓길에 주차하고 보험사에 연락해야 합니다.
아울러 혼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 주유 시 반드시 시동 차단 △ 주유 영수증 확인 △ 휘발유(노란색)와 경유(초록색·파란색·검은색) 주유기 색깔 구별 △ 셀프 주유소 이용 시 안내 숙지 등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또한 가급적 보험처리가 가능한 주유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셀프 주유소는 원칙적으로 고객의 책임 하에 주유가 이뤄지는 만큼 주유소의 관리소홀 등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주유소의 배상책임이 없습니다.
혼유 걱정 덜어주는 혼유방지시스템
하지만 셀프 주유소의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혼유 사고의 빈도도 줄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통해 스타트업 회사 ‘리걸인사이트’가 신청한 혼유 사고 방지 서비스 실증 특례를 승인했는데요.
이는 자동차 번호를 촬영·인식한 뒤 교통안전공단의 유종 정보와 매칭해 해당 유종에 맞는 주유기만 동작하도록 하는 서비스로, 규제특례위는 △ 혼유 사고로 인한 자동차 수리비 및 혼유 사고 보험 가입비, 분쟁 비용 등의 감소 효과 △ 새로운 산업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하며 실증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다만 현재 차량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이용·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량번호를 저장하지 않고 주유 뒤 즉시 삭제하도록 권고했죠.
만약 본 사업이 개시되어 실제로 상용화 되면 줄지 않고 있는 혼유 사고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새로운 시스템이 운전생활을 더욱 안전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혼유 사고에 대하여 함께 알아봤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유 시 방심하지 않고 모든 부분을 꼼꼼히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셔서 더욱 안전한 운전생활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