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클래식카가 궁금하다고?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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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곳곳에서 레트로 혹은 복고가 유행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는데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 등록 대수만 천만대가 넘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제대로 된 레트로나 클래식은 찾기 힘들다. 제대로 관리된 오래된 차를 보기도 힘들거니와 새로운 제품에 열광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에 클래식카나 오래된 차는 잘 맞지 않는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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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기준에서 클래식카는 1975년 이전에 제작된 차를 뜻한다. 많은 사람들이 왜 1975년이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 해에 자동차 기술의 가장 큰 변화라 불리는 인젝터 방식의 연료 분사 시스템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젝터 이전에는 완전 기계식 구조의 카뷰레터(기화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좀 더 세분화하면 1975년 이전에 생산된 차들도 나름의 기준에 따라 베테랑, 빈티지, 프리 워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클래식카의 구분이 복잡한 이유는 자동차의 기술이 급격하게 변하거나 사회적인 분위기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모든 자동차가 단순히 오래됐다고 클래식카라 불리지는 않는다.

 

클래식카로 불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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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최초의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생활도 변했고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도시의 개념도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마차를 대신해 등장한 자동차는 마차가 그러했듯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기계는 아니었다. 지금이야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산품 혹은 백색 가전제품에 가깝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산업공학의 꽃이자 기술력의 상징, 국가 경쟁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중 클래식카라 불리는 차는 당대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은 차, 혹은 당시에는 흔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과거 시대상을 대표했던 차, 자동차와 관련 산업에 획기적인 기술을 집약한 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단순히 오래되거나, 원형 상태가 아닌 개조가 된 차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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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상과 오리지널리티, 희소가치이다. 오래된 물건이 다 그렇긴 하지만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자동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원래의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아예 개체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제대로 보존했다 하더라도 유지보수가 만만치 않다. 쉽게 설명해 클래식카는 고미술품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며 제대로 된 클래식카의 가치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경우도 많다.

 

세계적인 패션 사업가 랄프 로렌, 유명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드러머 닉 메이슨, 메탈리카의 보컬 제임스 헷필드, 인기 토크쇼의 진행자 제이 레노의 공통점은 클래식카 마니아라는 점이다. 특히 랄프 로렌이 소유한 부가티 타입 57SC 아틀란틱 쿠페와 닉 메이슨이 소유한 페라리 250 GTO는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비싼(420억 이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차들의 가치가 높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생산 대수가 극히 적으며 현재 남아 있는 개체(아틀란틱 쿠페 4대, 250 GTO 34대)도 매우 적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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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250 GTO는 36대가 제작되었는데 1962년 판매 가격은 18,500 달러였다. 경주차로 제작된 250 GTO는 페라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매년 클래식카 경매에서 최고가를 갱신 중이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차는 1964년 투어 드 프랑스 레이스에서 우승한 섀시번호 4153GT로 2018년 당시 70,000,000 달러(현재 환율로 약 830억)에 미국의 사업가이자 웨더텍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맥네일이 비공개로 구입한 것이다. 이 차의 가격이 높은 이유는 희소가치 외에도 유명 레이스에서 우승한 모델이자 보존 상태가 출고 때와 거의 같으며(실제 레이스 컨디션으로 주행 가능) 정통적인 의미의 클래식카의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이다.

 

독일은 단종 기준 25년 전후

클래식카 외에 올드 타이머, 영 타이머라 불리는 기준도 있다. 어쩌면 클래식카를 즐기는데 훨씬 더 현실적인 기준이기도 하다. 올드 타이머, 영 타이머는 독일에서 클래식카 이후 혹은 1975년 이후에 생산된 모델을 구분하며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이다. 흔히 얘기하는 올드카(올드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다)가 이 범주에 들어가는데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가 올드 타이머에 해당된다. 올드 타이머, 영 타이머의 기준은 단종 기준 25년인데 단종 이후 25년 이상이면 올드 타이머, 15년 이상 25년 이하일 경우 영 타이머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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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준은 전통적인 클래식카보다 훨씬 대중적이다. 차종도 다양하고 남아있는 개체수도 많으며 아직까지 생산되는 부품도 많아 클래식카에 입문하기에 적당하다. 대표적인 예로는 클래식 미니(2000년 이전에 생산된 미니로 지금의 BMW 미니와는 다르다), 폭스바겐 타입1(비틀), BMW 3시리즈(E30, E36) 같은 차들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시장이 크다. 미국은 대규모 중고차 딜러를 중심으로 보다 대중적인 클래식카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일본은 클래식카 경매나 오프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만들어진 일본 내수형 차들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교체 주기가 길고 불편하지 않는 한 사용하던 물건을 쉽게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소비 성향이 깔려 있으며 유럽의 도로에서는 오래된 차를 보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이다.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의 클래식카 마니아들은 불편함과 시대적인 향수를 함께 즐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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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에서 통칭 클래식카나 오래된 차들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려면 해결해야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한국의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매년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를 오래된 차들이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또한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4대문 안 진입이 불가하거나(과태료 부과 대상), 운행제한제도의 관리를 받게 된다.

 

일반적인 소비자의 인식도 한국에서 클래식카 문화가 자리 잡는데 큰 걸림돌 중의 하나다. 워낙에 압축 고속 경제성장을 하다 보니 새로운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의미를 떠나 오래된 물건은 골동품이나 불편한 것쯤으로 생각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차를 보기 힘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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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동차 역사가 길고 다양한 자동차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은 이런 부분에 대해 보다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미국은 주에 따라 25년 이상 된 차는 세금과 배출 가스 검사를 면제해 준다. 일본은 반대로 매년 자동차세가 할증이 되는 제도를 운영 중이고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는 일정 차령이 지나면 원형 보존 상태에 따라 별도의 클래식카 번호판을 발급하거나 문화제에 준하는 대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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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필자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열정 가득한 클래식카 마니아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중 한 사람은 클래식카에 대해 ‘클래식카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그 중에는 비싼 것들도 있고 저렴한 것도 있지만 모두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지금 우리와 함께 있는 클래식카는 누구의 소유도 아닌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 온 것입니다’ 라고 설명했는데 자동차에 대한 접근 자체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고 자동차 문화에 대한 개념도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글: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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