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합성유 전성시대! 이제는 오일이 차를 바꾼다?
  • 2025.09.24
  • 41 views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트라이볼로지) 이영제 교수

 

킥사이다_전문가칼럼_1p.jpg

 

자동차용 엔진오일 시장은 오랫동안 광유(미네랄오일)가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합성유가 확고히 주류를 형성하며 시장 구조를 바꿔 놓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오일의 종류가 바뀐 것이 아니라, 엔진 보호와 차량 성능 향상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킥사이다_전문가칼럼_2p.jpg

 

특히 최근 들어 다운사이징 터보차량, 하이브리드 모델, 고출력 SUV가 대중화되면서 기존 광유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성능 요구가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0W-20, 5W-30 등 저점도 합성유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연비 최적화와 강화된 환경 규제 충족을 위해 필수적인 변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련글👉2025 Kixx 합성유 엔진오일 라인업!

 

그렇다면 합성유가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경계윤활의 극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합성유와 광유의 성능 격차

과거 기계요소 설계에서는 두꺼운 유막을 형성하는 유체윤활(fluid lubrication) 조건을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움직이는 표면에서 진동과 소음을 유발해 부품의 정밀한 운동을 방해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밀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부품을 설계하려면 오히려 유막 두께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경계윤활 조건과 얇은 유막의 적용이 요소 설계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서 ‘경계윤활(boundary lubrication)’이란 엔진 부품 사이에 극도로 얇은 오일막만 남아 금속 표면이 직접 접촉하기 쉬운 상태를 말하는데요. 실제로 미국의 일부 연구재단은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감을 위해 모든 윤활 연구 과제의 핵심 조건을 ‘경계윤활 상태에서의 마찰 감소’로 규정할 만큼 이 영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계윤활이 중요한 이유는 자동차 엔진 내부에서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엔진, 베어링, 기어, 축, 클러치 같은 부품들은 얇은 오일막으로 인해 금속 표면이 직접 맞닿기 쉬운데, 이때 마찰과 마모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 결과 표면이 거칠어지고 온도가 올라가며, 심하면 표면 파괴(scuffing·scoring)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엔진 시동 직후나 고부하 상태에서는 이런 경계윤활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나죠.

 

킥사이다_전문가칼럼_3p.jpg

 

경계윤활 조건의 특징은 유막계수*가 매우 작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설계에서는 유막계수를 크게 확보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진공과 유사한 조건에서는 유막계수가 1에 가까워지면 표면 파괴가 발생합니다. 공기 중에서 광유를 사용할 경우 약 0.8 수준에서 파괴가 나타나지만, 합성유를 사용할 경우 유막계수가 0.01까지 내려가도 파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 유막계수(Λ, film parameter): 유막 두께와 표면 거칠기의 비율

 

쉽게 말해, 광유는 얇은 오일막이 조금만 약해져도 표면이 손상되지만, 합성유는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표면을 지켜내는 힘이 훨씬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합성유에 고성능 첨가제가 포함되어 있어, 공기 중에서 금속, 특히 철강과 반응해 수 나노미터에서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보호막(protective layer)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 보호막은 모재 성분*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며, 크게 얇은 조각 형태의 ‘산화금속혼합막(OMM, Oxide Metal Mixture)’과 반고체 형태의 ‘유기철화합물(OIC, Organo-Iron Compound)’로 구분됩니다.

* 모재(母材, Base material) 성분: 어떤 부품이나 구조물을 이루는 주재료(모재)가 원래 가지고 있는 화학적 구성 요소

 

하중이 커지면 보호막이 차례대로 두께를 형성합니다. OMM은 약 60옹스트롬, OIC는 약 80옹스트롬 정도인데요. 임계 하중을 넘어서면 OIC의 두께는 줄어들어 결국 표면 파괴로 이어집니다. 반면 OMM은 한동안 두께를 유지하며 표면을 지켜줍니다. 흥미로운 것은, 하중이 다시 줄어들면 OIC가 원래 두께로 돌아오는 ‘자기 복원력’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 참고: Cavdar and Ludema, Wear 1991

 

또, 이에 비해 광유는 보호막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해 그 두께조차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미미합니다.

 

보호막 종류

두께

특성

합성유: 산화금속혼합막(OMM)

60옹스트롬

얇은 조각 형태, 하중 증가 시에도 두께 유지

합성유: 유기철화합물(OIC)

80옹스트롬

반고체 형태, 자기 복원력 보유

광유

측정 어려움

두께가 미미하여 측정 어려움

 

이 같은 차이는 실제 핀온디스크(Pin-on-disk)* 형태의 미끄럼 마찰 실험에서도 입증됩니다. 경계윤활 조건에서 합성유가 형성하는 보호막의 마찰계수**는 약 0.12였던 반면, 광유는 약 0.25로 나타났습니다(유체윤활 조건에서는 차이는 있지만 두 경우 모두 낮은 마찰계수를 보임). 이는 곧 합성유가 경계윤활 상태에서 마찰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핀온디스크(Pin-on-disk): 재료의 마찰·마모 특성을 실험하는 대표적인 장치와 시험 방법으로, 핀을 디스크 위에 눌러서 돌려보며 마찰과 마모를 측정

** 마찰계수: 두 물체가 맞닿아 움직일 때 생기는 저항의 크기를 나타내는 값. 값이 높을수록 잘 미끄러지지 않아 마모와 열 발생이 증가하며, 낮을수록 마찰이 줄고 에너지 손실도 감소함

윤활유 종류

마찰계수

합성유

0.12

광유

0.25

 

금속 표면을 지키는 비밀, 화학적 균형

상대운동을 하는 두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윤활유와 금속 사이의 화학적 반응성(chemical reactivity)이 매우 중요합니다. 

 

윤활유가 금속과 반응해 형성한 보호막은 마모가 진행될 때 금속 성분과 함께 떨어져 나가며 마모 입자를 만듭니다. 이때 화학 반응이 지나치게 느리면 보호막 형성이 마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균형이 깨지고, 반대로 반응이 지나치게 빠르면 모재 금속이 급격히 부식되어 오히려 마모량이 증가하게 되죠. 

 

따라서 금속 가공이나 엔진, 기어에 사용되는 윤활유는 화학적 균형(chemical balance)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합성유는 바로 이 균형을 정교하게 제어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 결과 금속 표면에 안정적인 보호막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즉, 윤활유의 핵심 역할은 ‘보호막을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고, 이 원리는 ‘길들이기(break-in, run-in)’ 과정과 ‘표면 파괴(scuffing)’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킥사이다_전문가칼럼_4p.jpg

 

그렇다면 길들이기 과정에서는 이 보호막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까요? 

 

표면 수명을 늘려주는 길들이기 과정은 보호막이 얼마나 균일하게 자라고, 또 마모와 어떤 균형을 이루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길들이기 과정에서 중요한 건 보호막의 고른 성장과 표면에 분포하는 잔류응력의 안정성입니다. 일단 표면 위에 보호막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더 큰 하중이 걸리더라도 금속이 직접 부딪히는 일을 막아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죠. 

 

실제 핀온디스크 시험에서는 길들이기를 하지 않은 경우 약 1,300사이클 만에 표면이 파괴됐지만, 길들이기를 거친 경우에는 무려 10,000사이클까지 버텼습니다. 약 8배의 수명 연장 효과를 보인 셈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합성유의 가치는 엔진 부품 수명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저주기 표면 파괴 실험을 보면, 합성유를 사용한 시편은 조건에 따라 63,000사이클에서 70,000사이클 이상 버텼습니다. 반면 광유를 사용했을 때는 고작 43사이클에서 2,850사이클 수준에 머물렀죠. 이는 최대 25배 이상의 차이로, 합성유와 광유가 형성하는 보호막의 성질 차이가 그대로 표면 수명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즉, 합성유는 단순히 윤활유의 한 종류가 아니라 금속 표면에 형성되는 보호막의 성능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호막이 얼마나 두껍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하중이 걸릴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에서 합성유와 광유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과학적 차이는 실제 운전 환경에서도 뚜렷한 효과로 이어집니다. 합성유를 사용할 경우 엔진오일의 교환주기가 연장되면서 연간 정비 횟수가 줄어들어 전체 유지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산화에 강하고 점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장시간 사용에도 성능이 꾸준히 유지되며, 기존 광유와 비교했을 때 슬러지 축적과 열화 속도 역시 현저히 낮죠.

 

관련글👉신차 길들이기 방법

전기차 시대, 더 커지는 윤활 기술의 중요성

킥사이다_전문가칼럼_5p.jpg

 

결론적으로 합성유에 포함된 첨가제가 만들어내는 보호막은 마찰계수, 마모량, 그리고 표면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현재 산업계의 기계요소 설계에서는 이 보호막의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막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더라도 금속 표면 위에 형성된 보호막은 부품의 수명을 연장시키며, 혹독한 조건에서도 기계 요소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산업계도 이 보호막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합니다. 첨가제에 따라 달라지는 보호막의 물성과 두께는 표면 수명, 나아가 기계 요소 전체의 수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산업 분야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제품의 내구성과 에너지 절약 효과가 모두 이 보호막의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윤활 기술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차의 감속기, 베어링, 그리고 여전히 필요한 기계적 구동부에서 보호막은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합성유와 첨가제의 발전은 단순히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신뢰 확보, 환경 보존(표면 수명 연장·내마모성 향상), 그리고 에너지 절약(저마찰 실현)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상단으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