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윤활유의 인식이 바뀐다, 우리의 삶과 함께 진화하는 윤활유
  •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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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보훈 윤활유 박사

 

인류는 끊임없이 도구를 만들어내고 또 새로 개발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삶을 보다 편하고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함이며, 다른 동물과 차별화된 인간만의 특성입니다. 따라서 인류는 지금까지 좀 더 편하고 도움이 되는 기계와 장치 그리고 운송수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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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내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도구를 오래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여러가지 보조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면 사용할 때 힘이 더 적게 들도록 해야 하고, 변형이 없이 오래 쓰도록 해야 하며, 발생하는 열을 빼 주는 것 등이 필요합니다. 위에 언급한 기능들이 바로 윤활유가 하는 일들을 얘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마찰이나 마모 방지 등 윤활기능, 냉각기능, 청정기능, 방청기능, 응력분산기능, 밀봉기능이 이에 해당합니다.

 

윤활유의 발전 과정

오래전 윤활유는 장비의 종류, 그리고 성능에 따른 구분 없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냥 유지(油脂) 또는 기름 성질만 있다면 윤활유로 사용한 거죠. 그러나 기계장비의 발달로 용도에 따라 다양한 기계들이 만들어지면서 윤활유 또한 그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엔진오일, 미션오일, 터빈오일, 컴프레서 오일, 유압작동유, 절연유, 그리스 등 실제 기계의 작동원리에 따라 윤활유의 구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윤활유는 다양화와 세분화를 거듭했습니다. 기계에 더 많은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윤활유도 이에 맞게 같이 발달을 하게 된 것이죠. 결과적으로 각 기계마다 최적화된 윤활유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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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윤활유가 본래의 기능에 집중했다면, 최근 윤활유는 새로운 역할을 더해 보조 도구에서 독립적인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향상과 환경규제와 에너지절약 등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성능을 더하며 함께 발전해가는 유기적인 존재인 것이죠. 그렇다면 미래의 윤활유는 어떻게 바뀌어 갈까요? 

 

자동차 산업에서의 미래 윤활유

윤활유의 대표격으로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엔진오일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의 중요 트렌드를 꼽으면 Energy Saving과 환경보호입니다. 이를 위해선 경량화와 함께 연료를 더 적게 소모하면서도 전보다 더 강한 힘을 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엔진이나 미션이 소형화되고 정밀하게 변하거나, 또는 더 나아가 화석연료를 전혀 연소시키지 않고 전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자동차를 만들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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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유 또한 이러한 변화 트렌드를 따릅니다. 자동차의 경량화 및 엔진 소형화, 고출력화가 진행되며 각각의 엔진 제조사들과 미션 제조사들의 기술이 다양화/차별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엔진오일 또한 그에 따른 맞춤형 제품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작아진 엔진으로 인해 윤활유의 양이 줄어 회복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열산화에 견딜 수 있고 슬러지를 적게 만드는 윤활기유(Base Oil)를 사용하게 되고, 특화된 성능을 충족하기 위해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고성능의 첨가제들이 개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로 산업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차량용 엔진오일이 점차 사라지고 메인 모터에서 나오는 출력의 토크를 변화시키기 위한 ‘감속기어 오일(현재는 MTF 와 DCTF 사용)’의 중요성과 모터의 회전으로 인한 베어링 보호를 위해 ‘그리스(Grease)’, 그리고 배터리의 열을 방사 또는 분산하기 위한 절연기능이 들어있는 ‘냉각제(기존의 냉각수와는 다른 개념)’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모터 역시 마찬가지로 고출력 소형화를 거치고 인공지능 발달과 정밀한 전자제어를 통해 바퀴 또는 회전체마다 모터 설치가 가능해지면,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의 열 발산을 위한 냉각제 및 그리스에 기술 개발이 집중될 것입니다. 

[관련글: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 Kixx EV 런칭! 링크]

 

그렇다면 엔진오일은 아예 사라질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상용차(대형트럭 등) 또는 건설기계의 동력을 전기로 내기란 어렵습니다. 안될 건 없지만 그렇게 하려면 엄청나게 큰 고마력 모터을 달고 다녀야 하며, 전기 공급을 위해 배터리도 많이 탑재해야 하므로 이를 해결 가능한 먼 미래가 오기 전에는 디젤 엔진을 계속 사용해야 합니다. 대신 상용차도 환경문제와 에너지절약을 피해 갈 수 없으므로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Heavy Duty 엔진오일도 저점도화 및 Lower SAPS로 가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API(미국석유협회)의 상용차 윤활유 규격인 C 카테고리의 최신 규격이 CK-4 와 FA-4 가 있는데, 이 규격들이 제시하는 조건들이 이를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관련글: 트럭, 버스같은 대형차량은 어떤 엔진오일을 쓸까? 링크]

 

자동차 이외 운송수단에서의 윤활유

엔진오일이 필요한 기계는 자동차 밖에 없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먼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운송을 담당할 선박도 큰 힘을 내기위해서는 대형 엔진을 사용해야 합니다. 과거 선박은 주로 벙커C유(중유)를 연료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디젤로 변하고 있고, 향후 Clean 디젤인 저 황(S) 디젤로 전면 교체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여기에 사용되는 엔진오일은 계속해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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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환경보호를 위해 ‘Emission Control Area’라는 지역을 만들어 SOx(황산화물)와 NOx(질소산화물) 배출규정을 정하고 이를 어기는 배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윤활유도 마찬가지로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미국환경보호국)라는 기구에서 EAL(Environmental Acceptable Lubricants)를 제정해 단계적으로 생분해성 윤활유로 교체해야만 미국해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선박용 윤활유도 전부 환경 친화적인 생분해성 윤활유로 변경이 필요합니다. 결국 기유와 첨가제 모두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유기화학적인 기술 개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항공기의 경우 미래의 플라즈마 이온 엔진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재의 터빈엔진을 그대로 사용할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엔진들과 마찬가지로 항공기 엔진 또한 소형 경량화 하면서 고출력이 될 것이므로 이에 따른 성능을 추가한 윤활유가 개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차세대 운송수단으로 주목받는 드론의 경우 모터의 힘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이동하는 원리인데, 모터를 보호하는 윤활유로 그리스가 사용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드론의 발전에 따라 특수 그리스의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래 산업에서의 윤활유의 역할

산업 분야로 눈을 돌리면 사출산업, 건설산업, 제조현장에서 운반 또는 움직임을 주기 위해 유압작동유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산업에서 필요한 힘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유압의 힘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연소로 동력을 얻는 엔진은 점차 사라지겠지만 유압을 활용한 움직임은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는 로봇을 상상하면 좋습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힘이 필요한 어려운 일들을 유압장치들이 달린 로봇팔과 다리들이 대신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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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유압으로 작동하는 기계가 점차 소형화되면 유압작동유도 적은 양으로 많은 일을 해줘야 합니다. 때문에 오랫동안 열산화가 안되고 슬러지와 바니쉬(varnish)가 생기지 않는 윤활유가 필요합니다. 또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누유되어도 문제가 없는 생분해성 윤활유의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선 기유의 개발과 함께 첨가제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에는 사람이 먹는 음식 가공품을 만드는 제조 현장이 점차 자동화되며 유압작동유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혹시 접촉이 있더라도 인체에 해가 없는 Food Grade 윤활유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대표적인 산업유에는 터빈오일과 컴프레셔 오일, 산업용 기어오일 등이 있습니다. 이들 역시 고출력과 소형화, 그리고 환경 친화성이 가장 큰 이슈이며, ‘장수명(長壽命)’과 ‘No 슬러지’ 또한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를 위해 기유의 개발과 선택, Ashless 유기화 첨가제들의 사용, 그리고 생분해 또는 친환경 윤활유 개발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추세입니다. 그리스의 경우는 앞으로 범용보다는 사용처에 맞게 특화된 특수 그리스로 개발이 이뤄질 것입니다. 냉장고, 에어컨, 난방기 등의 공조장치 또한 컴프레셔(공기나 그 밖의 기체를 압축하는 기계, compressor)에 냉동기 윤활유가 사용되는데, 이 또한 친환경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더 먼 미래에는 우주 여행, 심해 활동, 하늘 위, 땅속 등 훨씬 더 극한의 조건과 환경에서 인간이기계에 의존한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윤활유 역시도 물론 이에 맞춰 같이 진화를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Kixx엔진오일 블로그의 전문가칼럼 코너를 통해 이러한 윤활유의 변화를 산업별로 자세히 다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기계 장치의 변화는 인간의 삶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미래를 상상하면서 읽는다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칼럼의 주제는 윤활유의 성능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Base Oil 즉 기유입니다. 기유는 윤활유에서 가장 비율이 높은 만큼 윤활유의 주요 발전방향인 ‘열산화에 강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슬러지가 적게 생기며’ ‘환경친화적인’ 윤활유라는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 시간에는 기유의 변화에 대한 얘기를 좀더 자세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김보훈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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