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고 있는 거의 모든 자동차는 엔진이라는 기관을 싣고 있죠. 물론 최근에는 전기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그렇지 않은 차들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엔진을 앞 또는 뒤에 올리고 있습니다.
엔진이라는 기관은 기름에 불을 붙여서 힘을 얻고, 그 힘을 바퀴에 전달하여 앞으로 나아가죠. 이때 불을 붙이기 때문에 엔진에서는 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엔진이라는 기관이 있는 한 피해 갈 수 없는 숙명과도 같습니다.
자동차의 엔진도 사람처럼?
사람의 몸은 항상성이라고 하여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생물체로서 가지고 있어야 할 형태나 생리적인 안정을 의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의 몸이 36.5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항상성의 일종이라 할 수 있죠.
물론 요즘은 이 온도가 잘 지켜지지 않아서 각종 질병에 취약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아무튼 사람은 36.5도를 꾸준히 유지하려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온도가 정상 범위를 넘어설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기가 심하게 걸렸을 때, 혹은 염증이 심할 때 몸에서 열이 나는데, 38도를 넘어서면 굉장히 위험하다고들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따라서 이는 정상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나 세균을 죽이기 위해 체온을 스스로 올리는 것이라고 봐도 좋은데, 때로는 올라간 열로 인해 정상 세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때가 있습니다.
엔진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의 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자동차의 엔진 역시 사람의 몸과 마찬가지로 이와 유사한 현상들이 일어납니다. 자동차도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구조나 기관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각 기관들이 활발히 움직이죠.
엔진의 정상 온도는 몇 도?
사람의 정상 체온이 36.5도인 것처럼, 자동차도 정상 온도의 범위가 있습니다. 약 85도 정도를 자동차 엔진의 정상 온도라고 보죠. 물론 모든 차의 정상 온도가 85도라는 건 아닙니다. 사람의 체온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처럼, 자동차도 종류에 따라서 조금씩 정상 온도의 범위가 다릅니다. 통상적으로는 85도~90도를 정상 온도 범위로 보죠.
물론 레이스에 쓰이는 레이스 카들의 경우는 110도 이상이 정상 온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레이스 카들은 이런 점을 고려하여, 높은 온도에서도 엔진이 요구하는 유막 (윤활막) 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온도에 따라 점도 변화가 크지 않은 점도 지수가 높은 특별한 엔진오일을 쓰거나 혹은 연료, 냉각수 온도까지도 미리 조절해서 주입하기도 합니다.
낮은 엔진 온도가 진동을?
엔진 온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낮을 때를 살펴보죠. 사람의 신체도 저체온 상태가 되면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 합니다. 그래서 체온이 낮을 때는 다른 일을 우선 멈추고 열을 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차가운 물에 들어갔을 때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건 이 때문입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엔진 온도가 정상보다 낮을 때는 열을 올리는데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간혹 이와 관련된 질문을 종종 받게 되는데요. ‘냉간 시 시동을 걸면 떨리는 현상이 일어나요.’ 하고요. 물론 자동차가 사람의 몸처럼 떨어서 열을 올리는 건 분명히 아니겠죠? 이 경우에는 연료가 제대로 폭발하지 못했거나 혹은 엔진 오일이 오일펌프나 오일 파이프를 거쳐 윤활이 필요한 곳에 뿌려지도록 하는 적정 점도를 맞추지 못 해서 윤활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현상으로 보아야 합니다.
높은 엔진 온도, 연비와 출력에 문제 생겨
반대로 엔진 온도가 너무 높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엔진에 열이 정상 범위를 넘어서면 사람의 몸과 같이 아픈 상태가 됩니다. 사람이 아프면 운동 능력부터 인지, 판단 능력까지 모든 것이 떨어지는데, 자동차도 마찬가지죠. 출력과 연비가 정상 상태보다 떨어집니다. ‘이게 문제가 될까?’ 생각이 드는 분들도 있겠지만 엔진에는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엔진이 과열됐을 때 연비와 출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연료의 폭발 온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연료가 폭발해야 하는 시점보다 먼저 폭발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출력이 급격히 저하할 뿐만 아니라 엔진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리기도 합니다. 이른바 노킹이라 불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죠.
엔진이 과열되었을 때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평소에는 꼼짝도 하지 않던 수온계가 갑자기 위로 치솟아 오를 때는 분명 엔진 쪽에 온도가 과하게 올라갔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바로 주행을 멈추고 엔진 보닛을 열어서 잠시 식히는 것이 가장 확실한 응급조치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 라디에이터 캡을 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껏 달아올라 펄펄 끓고 있으므로 이때 캡을 열면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빨리 식힌다고 엔진에 물을 끼얹어서도 안 된다는 점입니다. 엔진이 갑자기 차가워지면서 금속이 뒤틀리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늘진 곳에 차를 옮기고 적당히 차를 식혀준 다음 다시 시동을 걸어서 수온계를 점검하고 곧바로 가까운 정비소로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이미 한번 과열 상태가 됐다는 건 분명히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엔진의 온도, 도대체 어떻게 유지될까?
하나. 라디에이터와 냉각수
엔진 온도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라디에이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라디에이터는 오직 냉각만을 위한 기관이고, 실제로 엔진을 식히는 것은 엔진 주변을 감싸고 있는 워터 재킷이라 불리는 기관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사람의 혈관과 비슷하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혈액은 항성성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혈관은 혈액을 이동시키는 통로와 같으니까요.
워터 재킷을 통해 냉각수가 순환하면서 엔진 온도를 유지하며, 엔진으로부터 열을 빼앗은 냉각수는 라디에이터를 통해 다시 식혀지고, 식은 냉각수는 또다시 엔진의 워터 재킷으로 들어가 엔진의 열을 빼앗아 오는 순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냉각수의 순환은 엔진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방법이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냉각수만으로는 완벽히 엔진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엔진을 냉각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둘. 연료의 분사
좀 의아하죠? 연료가 엔진 온도를 유지한다니. 연료는 냉각수만큼이나 엔진 온도를 조절하는데 뛰어난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연료 탱크들은 엔진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데, 엔진 온도보다 낮은 온도의 연료가 분사될 경우 엔진이 가진 열을 연료가 일부 빼앗아 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엔진의 열이 조금씩 낮아지기도 합니다.
이 말을 반대로 해석해보면 연료 분사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엔진 온도 유지가 힘들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엔진이 과열되는 원인을 분석할 때 꼭 냉각수 계통에만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도 되겠죠.
셋. 엔진 오일의 순환
엔진 오일은 냉각수나 연료 못지않게 매우 훌륭한 냉각제 역할을 합니다. 엔진 내부의 윤활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인데, 부수적으로 엔진 온도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죠. 일반적일 때 엔진 오일은 엔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오일 팬에 모여 있습니다.
물론 일부 고가의 스포츠 카들은 아예 오일 탱크를 따로 빼내어 별도의 냉각기를 달아서 운영하기도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은 엔진 아래에 오일 팬이라는 곳에 모아둡니다.
이렇게 모인 엔진 오일은 주행 시 바람에 의해 온도가 차가워지는데 (그렇다고 서늘할 정도로 차가워지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식은 오일이 다시 엔진 실린더 쪽으로 뿌려질 때 엔진이 머금고 있는 열을 빼앗아 가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 엔진 오일에게 열은 무척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정상 작동 범위까지 오일의 점도를 맞추려면 적당한 열은 필수적이니까요.
이렇게 유익한 방향으로 엔진과 엔진 오일은 서로의 열을 교환하면서 엔진의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냉각수 부족뿐만 아니라 엔진 오일의 부족도 엔진 과열의 원인 중 대표적인 원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엔진오일의 부족은 윤활작용이 안되어 마찰이 증가하고 마찰열로 인해 엔진이 과열되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맞긴 합니다.
또 한편으로 엔진오일이 제 역할을 다 하고 변형되어버린 경우, 즉 열산화 작용으로 인해 점도가 저하되거나 슬러지(Sludge)의 발생으로 점도가 상승하는 경우에 엔진오일의 본래 역할인 윤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엔진 내부의 부품에서 일어나는 마찰열이 심하게 발생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때에도 엔진 과열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