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보훈 윤활유 박사
<시리즈 목록> [윤활유 산업 이야기(1) 링크: 윤활유의 인식이 바뀐다, 우리의 삶과 함께 진화하는 윤활유] [윤활유 산업 이야기(2) 링크: API의 베이스오일 그룹 기준과 합성기유] [윤활유 산업 이야기(3) 링크: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PCMO편] |
바로 이전의 칼럼에서 PCMO(가솔린 엔진오일)에 대해서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PCMO와 관련된 중요 키워드에 GDI(직분사) 엔진과 하이브리드(HEV) 등이 있었다면, 오늘 소개해드릴 PCDO(Passenger Car Diesel Oil), 즉 승용디젤 엔진오일의 중요 키워드는 DPF입니다. 아마 자동차, 특히 디젤차량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익숙한 용어일 것 같습니다.
승용디젤 엔진의 특성
DPF에 관해서는 뒤쪽에서 좀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승용디젤’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승용디젤에는 어떤 종류의 차량들이 포함될까요? 사실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보편적으로 승용차로 인식되는 차량에 디젤엔진이 사용되면 승용디젤이라고 칭하는 것이죠. 여기엔 세단, 쿠페, 왜건, 컨버터블, 로드스터, 해치백, SUV, 리무진, 밴, 픽업트럭 등이 해당됩니다.
승용디젤 엔진은 디젤엔진의 주요 특성을 공유합니다. 디젤엔진의 대표적인 장점은 제동열효율이 높다는 점인데, 간단히 얘기하면 가솔린 엔진에 비해 냉각손실 및 배기손실이 적어(압축비와 혼합기 비열비가 높아서) 연료 효율이 더 높습니다. 또한 근래에 들어 GDI엔진이 도입된 가솔린 엔진과는 달리 훨씬 오래전부터 연료 직접분사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연료소비율이 낮고 연비가 좋다는 점도 디젤엔진의 장점입니다.
반대로 디젤엔진의 단점은 큰 폭발력(토크)로 인한 소음과 진동, 또한 이를 감당하기 위해 두껍고 커진 엔진룸 등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최근 추세인 엔진의 소형/경량화에 있어 한계가 있고, 엔진이 복잡해지고 비싸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디젤연료의 특성 상 NOx(질소산화물)와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는데, 이는 오랫동안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승용디젤 엔진은 디젤엔진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면서 발전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줄이는 후처리 장치로, 앞서 언급한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런 후처리 장치와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들이 개발되며 승용차에도 디젤엔진이 많이 도입되게 되었고, 나아가 연비를 높이고 배기가스를 저감한 ‘클린디젤’ 차량이 유럽으로부터 널리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ACEA의 승용디젤 엔진오일(PCDO) 규격
이처럼 승용차에 디젤엔진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곳이 유럽인만큼 승용디젤 엔진오일과 관련된 규격 또한 ACEA(유럽자동차제조협회)의 기준을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엔진오일의 규격이 중요한 이유는 기술적인 발전 또는 시대별 요구조건(ex. 환경보호)에 의한 변화에 따라 규격 기준이 같이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ACEA의 규격에서 눈여겨볼 점은 가솔린/디젤 엔진오일이 따로 구분되지 않고 후처리 장치의 유무로 구분한다는 점입니다. ACEA 승용차 엔진오일 규격은 2004년부터 가솔린 차량인 A Class와, 디젤차량 B Class가 통합되어 A/B Class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최신 규격인 2016년 버전 2 (2017년과 2018년 각각 한번씩 업데이트)는 A/B Class와 C Class로 나눠져 있습니다. 다만 ACEA는 과거 2년에 한번씩 규격을 업데이트했는데, 2016년 이후 최신 규격 업데이트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A/B Class 규격과 C Class 규격을 나누는 기준은 후처리 장치, 그 중에서 DPF의 유무입니다. 이에 따라 SAPS(Sulfated Ash, Phosphorus, Sulfur) 성분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유럽의 경우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Euro’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Euro 6D가 적용되고 있고, 올해 9월부터는 Euro 6E가 전면 적용될 예정입니다.
[관련글: [엔진편] EURO 엔진, 어디까지 알고 있니? 링크]
이 유로 기준을 따라서 엔진오일의 기술개발도 함께 진행되고 있고 ACEA 규격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처리 장치 DPF 없는 ACEA A/B Class에는 현재 3개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내구성 유지 위주의 A3/B3, A3/B4(A3/B4가 엔진내부 청정성/마모방지를 더 강조)와 연비개선용 A5/B5입니다. 후처리장치가 없으므로 이를 보호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배출하는 SAPS의 양에 크게 제한이 없습니다. (Sulfated Ash는 예외)
ACEA C 규격을 설명하기에 앞서 DPF에 대해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DPF는 환경세라믹스 (질화규소, 탄화규소, 코디어라이트, 알루미늄타이타네이트)와 백금(Pt), 팔라듐(Pd), 로듐(Rd) 과 같은 귀금속으로 만들어지고 배기가스의 분진을 걸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디젤 엔진오일 개발과 중요한 연관성이 있는데, 엔진오일의 성분인 황, 인, 황산염이 연소 후 DPF의 표면에 부착되면 성능이 감소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부품이나 심할 경우 차량을 망가뜨리므로 SAPS(Sulfated Ash, Phosphorus, Sulfur) 규정을 만들어 보호하게 된 것입니다.
[관련글: 디젤차의 필수 장치! DPF의 원리 제대로 알아보자! 링크]
후처리 장치가 있는 차량의 엔진오일에 적용되는 ACEA C Class는 C1부터 C5까지 5개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C1은 연비 개선 및 Low SAPS, C2는 마찬가지로 연비개선 및 Mid SAPS, C3는 내구성 강화 및 Mid SAPS, 마찬가지로 내구성 강화 및 증발 억제가 강화된 Low SAPS C4, 마지막으로 2016년부터 새로 들어온 연비 개선 및 점도 0W-20의 Mid SAPS인 C5로 나눠집니다. 각각을 단순한 등급 기준으로 보기보단 용도에 따라 맞는 규격을 사용하면 됩니다.
자동차 제조사별 PCDO 규격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을 포함해 전세계의 자동차 및 엔진 제조사들도 엔진기술의 발달과 배기가스 규제에 따라 엔진오일의 규격을 새로 만들어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주로 엔진의 소형/경량화, GDI엔진, 장수명, 내구성 강화, 하이브리드, 저온/고온 점도 특성 강화 등에 맞춰 규격이 발표되며, 이런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더 강화된 Fuel Economy에 집중한 엔진오일 규격들이 새로 나오고 있습니다.
PCDO 위주로 규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 ACEA A3/B4급(내구성 위주) MB 229.3 및 후처리 장치가 있는 ACEA C3급 MB 229.31
- ACEA A3/B4급(SAPS 규정 및 증발량 강화) MB 229.5 및 ACEA C3급 MB 229.51(후처리장치), MB 229.52(추가 연비개선)
- ACEA A5/B5급(연비개선) MB 229.6 및 ACEA C2급 MB 229.61
- ACEA C5급이며 Fuel Economy용 MB 229.71
- ACEA C5급이며 Hybrid용으로 LSPI와 연비가 추가로 개선된 MB 229.72
BMW
- ACEA C3급(내구성 위주 및 후처리장치 보호) BMW LL-04
- ACEA C3급이며 연비개선용 BMW LL-12 FE
- ACEA A5/B5급이며 0W-20과 5W-20에 쓰이는 BMW LL-14 FE+
- ACEA C5급이며 0W-20인 BMW LL-17 FE
폭스바겐
- ACEA A3/B4급(내구성 위주) VW 502.00/505.00
- ACEA C4급(내구성, 환경문제, 연비개선 효과를 동시에 보완) VW 504.00/507.00
- ACEA C5급이며 저점도용 0W-20의 VW 508.00/509.00
GM의 엔진오일 규격도 유럽시장을 목표로 승용디젤용 엔진오일 규격을 가지고 있는데 5W-30과 5W-40 위주의 Dexos2 규격과, 최근 Fuel Economy용 디젤 엔진오일로 0W-20 점도의 DexosD 규격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ACEA C 카테고리의 엔진오일은 ACEA A/B 카테고리 엔진오일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Mid SAPS 나 Low SAPS 엔진오일의 경우 SAPS 저감을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대표적인 마모첨가제인 ZDDP(Zinc Dialkyldithiophosphate)의 양을 줄였는데, 대신 성능을 보강하기 위해 Ashless(금속성분이 없는) 첨가제나 유기염 첨가제를 넣어 성능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제품들은 High SAPS용 ACEA A/B 카테고리 권장 차량에 넣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반대의 경우, 발생량이 많아진 SAPS가 DPF나 DOC(Diesel Oxidation Catalyst)를 서서히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PCDO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정리하자면 PCDO는 연비개선이나 고출력을 위한 개발 방향성도 있지만, 주로 환경규제 또는 후처리 장치 적용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후처리 장치는 유럽의 배기가스 규정이 계속 강화되면서, 디젤뿐만 아니라 가솔린 차량에도 차츰 적용되는 추세입니다. 이 GPF(Gasoline Particulate Filter)는 유럽에서는 많은 나라에서 의무화되고 있으며, 아직 한국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ACEA C 카테고리 규격이 디젤에 가솔린 차량까지 포함하는 규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Heavy Duty의 디젤 엔진오일인 HDDO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