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때를 뺀다’라고도 하고, ‘엔진 슬러지를 제거한다’라고 하기도 하죠. 본 적도 없고, 어떻게 생기는지도 모르지만 이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엔진에 큰 문제가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슬러지가 도대체 무엇이고 어떤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엔진 슬러지? 오일 슬러지?
슬러지(Sludge)의 사전적 의미는 질척질척한 진흙탕 같은 상태로,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인 일종의 겔(Gel) 상태의 물질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엔진 슬러지는 엔진의 내부에 겔 상태의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죠.
엔진에서 발견되는 겔 상태의 존재는 바로 ‘엔진오일’이 변하여 발생하는 것입니다. 흔히들 엔진 슬러지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오일의 상태 변화로 발생하는 것이니 ‘엔진’ 슬러지보다는 ‘오일’ 슬러지가 조금 더 올바른 표현이 되겠죠?
오일 슬러지, 왜 생기는 걸까요?
다시 한번 정의하면 오일 슬러지는 엔진 내부에 주입된 엔진 오일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 끈적끈적한 겔(Gel) 형태로 변형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엔진 오일이 슬러지로 변형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오일의 산화
기름의 분자 구조는 산소로 인해 분해되면서 결합이 끊어지게 됩니다. 엔진오일 역시 기름이다 보니, 산소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분자 결합 구조가 약해지게 됩니다. 이것을 산화작용이라고 하는데요. 오래된 엔진 오일이 묽게 변하는 것도 바로 산화작용에 의한 것입니다.
온도나 산소에 의해 점도가 묽어지는 산화작용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엔진오일의 점도가 묽어진 상태로 엔진을 계속 운행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니쉬(니스)라 불리는 노란색 유막이 엔진의 각 부분에 달라붙어, 엔진에서 발생한 열 배출을 방해하여 엔진 열이 정상 상태일 때보다 높아질 수 있는 것이죠. 이때부터 엔진 오일은 빠르게 슬러지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산화된 오일과 이물질의 결합
엔진 오일의 산화작용이 빨라지고, 연료가 타면서 발생하는 카본 찌꺼기와 엔진 내부로 유입된 각종 먼지 및 금속 가루, 배기가스, 수분 등과 만났을 때 본격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엔진오일의 분자결합구조가 약해진 상태에서 이와 같은 이물질들과 뒤엉키게 되면 끈적끈적한 상태로 변하게 되고, 이것이 바로 ‘오일 슬러지’입니다.
오일 슬러지가 발생한 상황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슬러지는 열에 의해 굳게 되며 결국 엔진을 완전히 망가뜨리게 됩니다.
오일 슬러지가 엔진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나요?
오일 슬러지는 이미 정상적인 엔진오일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엔진오일이 해야 할 윤활, 냉각, 방청, 청정, 밀봉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런 작용들을 방해합니다. 이 외에도 소음이 발생하고, 연비가 저하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죠.
또한 겔 상태의 슬러지가 엔진 오일과 함께 엔진 내부를 순환하게 되면, 일차적으로는 엔진 오일 필터를 뒤덮어 오일의 불순물을 거르지 못하게 만들며, 2차적으로 순환 통로를 막아 오일의 순환 자체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혈관에 혈전이 쌓이는 것과 같은 이치로 순환 계통의 문제는 엔진의 심각한 고장 원인 중 하나입니다.
또한 엔진 각 부분에 달라붙어 엔진의 성능을 떨어뜨리고, 심각할 경우 밀봉을 위해 사용하는 개스킷(Gasket)을 파손시키기도 하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예 굳어버릴 정도로 딱딱하게 변해버린 경우에는 엔진 내부의 부품을 파손시킬 정도로 심각한 고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슬러지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슬러지는 초기에 육안으로 거의 관찰되지 않습니다. 물론 엔진 성능의 저하, 뿌옇거나 검은 배기가스 배출 등과 같은 현상을 동반하나, 이런 현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가 슬러지가 원인임을 판별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슬러지 발생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엔진 외부에 검은색 오일이 흘러내린 흔적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과 더불어 엔진 오일 레벨 게이지를 뽑아 손잡이 부근에 검은 슬러지가 붙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만약 흘러내린 자국이나 검은색 슬러지가 발견되었다면 엔진 내부에 오일 슬러지가 이미 발생했다고 볼 수 있겠죠.
슬러지는 어떻게 제거하나요?
엔진 분해 후 청소
슬러지를 제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엔진 전체를 분해한 다음 모두 닦아내고 다시 조립하는 것입니다. 특히 슬러지가 굳어있다면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시간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엔진 플러싱
엔진을 분해하지 않고 슬러지를 제거하는 방법 중 하나는 플러싱(Flushing)입니다. 플러싱 작업을 통해 엔진 내부의 카본 퇴적물 및 오일 슬러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슬러지가 심각한 상황이라면 플러싱보다는 분해 후 청소를 권장합니다. 플러싱을 할 경우 오히려 엔진 구석까지 슬러지가 흘러 들어가 순환 계통을 막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잠깐!!엔진 플러싱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클릭하여 알아보기
슬러지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슬러지가 발생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합니다. 엔진오일을 제 때 교환하지 않았거나 정상적인 오일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하게 되죠. 물론 이외에도 자동차 엔진의 결함 혹은 CVS(크랭크케이스 환기 시스템)와 같은 배기가스 배출 시스템상의 문제가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오일 교환 주기 초과가 슬러지 발생 원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따라서 엔진 오일을 교환 주기에 맞춰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슬러지 발생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슬러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슬러지는 엔진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차량에서 발생하는 물질입니다. 그래서 어떤 운전자라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순 없죠. 하지만 꼼꼼한 엔진 관리, 그리고 주기를 지켜 엔진 오일을 교환해주는 것만으로도 슬러지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