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HDDO편 #1
  •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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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보훈 윤활유 박사

 

<시리즈 목록>

[윤활유 산업 이야기(1) 링크윤활유의 인식이 바뀐다우리의 삶과 함께 진화하는 윤활유]

[윤활유 산업 이야기(2) 링크: API의 베이스오일 그룹 기준과 합성기유]

[윤활유 산업 이야기(3) 링크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PCMO]

[윤활유 산업 이야기(4) 링크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PCDO편]

 

이번 칼럼의 주제인 HDDO는 ‘Heavy Duty Diesel Engine Oil’의 약자로 상용차에 쓰이는 엔진오일을 말합니다. 여기서 상용차란 상업적용도로 사용하는 차량을 말하는데, 주로 대형 트럭, 버스, 건설장비, 중장비, 소방차와 같은 특수차량 등을 포함합니다. 물론 택시나 승합차도 상업용으로 쓰이지만 일반적으로 상용차의 범주에 넣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상용차는 크게 ‘Off road’와 ‘On road’로 구분하는데, On Road 차량은 말 그대로 일반적인 도로 위를 달리는 대형 트럭, 버스, 소방차 같은 특수 차량 등을 포함하며, 건설장비나 중장비와 같이 도로 밖에서 작업하는 차량들은 Off Road 차량으로 분류합니다. 미국의 트럭 분류 기준을 보면 Light Duty Truck인 Class 1과 2가 있고, Medium Duty Truck은 Class 3~6까지로 나누며 Heavy Duty Truck을 Class 7과 8로 나누는데, 실제 Class 7과 8은 20톤~30톤 트럭을 말하므로 실제로 우리가 말하는 Heavy Duty 엔진오일을 사용하는 차량의 범주는 Medium Duty Truck 부터라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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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칼럼에서는 승용차용 디젤 엔진오일(PCDO)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같은 디젤 엔진오일이지만, 상대적으로 접하기 힘든 상용차용 디젤 엔진오일(HDDO)에 대해 알아보며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용디젤 엔진의 특성

대형 엔진을 쓰는 상용차들은 가솔린이 아닌 디젤엔진을 사용합니다. 보통은 그 이유를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이나 호주의 경우 디젤과 가솔린 모델의 가격이 대부분 같거나 오히려 디젤 차량이 더 비싼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는 단순히 가격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그 원인은 두 엔진의 작동 원리 차이에 있습니다.
큰 차량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큰 힘과 회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린더의 크기를 크게 만들어 출력을 높여야 합니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 연소방식의 한계로 인해 점화 전파가 느려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통 수를 늘리지 않는 한 큰 차량에서의 사용이 어렵습니다. 그에 비해 디젤엔진은 자연 착화방식으로 압축과 온도에 따라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므로 실린더를 크게 하면 그만큼 출력이 늘어나게 됩니다. 실제로 대형 발전용이나 대형 선박의 엔진도 디젤엔진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상용디젤 엔진오일(HDDO)의 특성

상용차들은 주로 매우 가혹한 조건에서 운행을 합니다. 이들은 운송이나 건설 작업을 위해 비포장도로는 물론 극도로 습하거나 건조한 지역, 추운 지역, 고산 지대, 사막, 바닷가 근처 염도가 높은 곳 등 갖은 가혹한 운행 환경을 견뎌야 합니다. 더하여 낮은 엔진회전에도 불구하고 최대 부하 최대 토크(폭발력)로 작동하며, 쉬지 않고 엔진을 작동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여 엔진오일을 사용해야 합니다.

상용차의 디젤엔진은 저속회전을 함과 동시에 연소실(연료/공기가 연소되는 내연 기관)이 커서 연료가 많이 들어가고, 공간 자체가 크므로 고른 온도 분포가 어렵기 때문에 불완전 연소로 인한 Soot(그을음) 발생량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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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에 사용되는 엔진오일은 청정 분산제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고부하 및 고토크가 걸리므로 마찰과 마모 발생량이 커서 마모방지제와 마찰조정제 성분의 사용이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점도지수조절제의 전단안정성 유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강한 첨가제를 사용하여 유체 윤활 영역에서의 유막을 유지해야 하므로 일반적인 승용 디젤과는 다른 엔진오일 성분을 사용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상용차에 사용되는 디젤 엔진의 경우 일반 차량보다 한 번에 큰 힘을 발생시켜야 하므로 엔진오일 또한 고온, 고압의 응력을 받기 때문에 고온 전단환경에서 점도를 유지하지 못해 내구성이 떨어져 엔진이 손상될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첨가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API의 상용디젤 엔진오일(HDDO) 규격

HDDO의 스펙 역시 미국석유협회의 API 규격과 유럽자동차제조협회의 ACEA 규격으로 크게 양분하고 있습니다. 두 규격 모두 엔진기술의 발전과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맞춰 변화해왔으나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API에서는 최신 규격일수록 더 좋은 성능의 엔진오일을 의미한다면, ACEA 규격은 디젤 차량이 보편화된 유럽 자동차 시장에 맞게 사용 연료, 운전 성향, 연료 효율성 등을 고려해 보다 엄격하고 세분화된 기준을 적용합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설명이 필요한 ACEA 규격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알아보도록 하고, 오늘은 API 규격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HDDO의 API (American Petroleum Institute) 규격은 상용차량용으로 구분하기 위해 Commercial의 첫 글자인 C를 사용해서 API C category를 씁니다. API 규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앞선 칼럼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으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API C 다음에 오는 글자는 A부터 시작해서 알파벳 순서대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API의 HDDO 규격은 CA, CB, CC 순으로 진행하다가 CF 부터는 2행정 엔진과 4행정 엔진으로 나뉘며 이때부터 API CF-2 와 CF-4 로 분류하게 되었고, CG부터는 4행정 엔진만 사용하여 API CG-4, CH-4, CI-4, CJ-4로 적용되었으며, 현재는 2017년부터 도입된 API CK-4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2행정 엔진 기관은 동력 발생 시 엔진오일을 함께 연소하는 특징이 있어 환경 규제에 불리하기 때문에 현재 자동차의 경우에는 디젤 2행정 기관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반면 발전용과 선박용 특대형 엔진의 경우에는 엔진의 설계가 비교적 간단하고 상대적으로 작고 무게가 가볍고 유지보수가 쉬워서 촉매와 필터의 기능을 강화해서 오염물질을 줄이는 방식을 추가하여 2행정 디젤엔진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상용차도 Fuel Economy를 고려하게 되면서 저점도 HDDO인 API FA-4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F는 Fuel Economy의 F를 사용한 것이고, 새로운 라인의 시작이므로 A를, 4행정 엔진이므로 4를 사용하여 FA-4가 된 것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더 강화된 Fuel Economy에 집중한 엔진오일 규격들이 새로 나오고 있는데요. 이러한 엔진오일의 규격 변화는 환경규제, 특히 배기가스 규제와 크게 연관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설명 드리는 내용은 아래 그림을 참고하시면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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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상용차 엔진오일의 규격은 시기적으로 Euro 배기가스 규정보다 조금씩 앞서서 개발되었습니다. 미국의 Off road 차량의 디젤엔진의 배기가스 규정으로는 Tier emission standard 가 있지만, On Road 차량 규정과 분리되어 있고 주마다 다른 기준이 있어 정확하게 규정하여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유럽의 배기가스 기준과 비교하면서 설명하겠습니다. 

 

1. Euro 1(1992) ~ Euro 3(2000)

Euro 1 (1992)과 Euro 2 (1998) 시절에 맞는 규격인 API CE는 사실 그보다 이전인 1988년부터 사용되었고, 이후 1991년에는 API CF-4 규격을 사용했습니다. Euro 3 (2000)에 들어서면서는 NOx(질소산화물) 규정이 보다 강화되었는데요. API는 1994년에 이미 해당 규정을 충족하는 CG-4 규격을 사용하였고, 이후 1998년에는 CH-4 규격을 사용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1990년에 들어서면서 이미 미국환경보호국 (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주관으로 청정한 공기를 위해 온실가스 배기규정을 지정하고 다양한 기관에서 각자의 자동차나 엔진의 사용에 대해서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이권이 나뉘면서 승용차, On road 상용차, Off road 상용차 등이 따로 지정되어 복잡하게 나뉘게 된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미국 교통국 (DOT, Department of Transportation)에서는 위와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 모든 규정을 부합하는 규격을 API (American Petroleum Institute)를 통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Euro 배기가스 규정과 시스템이 강화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ACEA보다 한 발 앞서 강화된 엔진오일 규격을 내놓았으나, 현재는 Euro 배기가스 규정이 보다 강화되어 빠르게 업데이트 되면서 이러한 차이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때까지 디젤엔진은 연소실과 피스톤의 디자인 변화, 연료 주입 시점 조정 등으로 연소효율성을 조정하며 NOx의 양을 조절했습니다. 이처럼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엔진의 기계적인 변화가 크지 않아 엔진오일 또한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2. Euro 4(2005) ~ Euro 5(2008)

Euro 4(2005) 시대에 들어서면서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PM (Particulate Matters: 미세분진)과 NOx를 동시에 줄이기 위한 엔진의 기계적인 변화가 시작되며 엔진오일 또한 이에 맞춰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부터는 엔진 배기가스의 불완전 연소를 줄이고자 EGR (Exhaust Gas Recirculation: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NOx는 줄었지만 Soot이 증가하고, 연소가스 유입으로 인한 산 발생량이 늘어나 연소찌꺼기 고착 현상이 생기며 마모량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후 이와 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청정분산제와 마모첨가제의 사용을 달리한 규격인 API CI-4가 나오게 되었으며, 2004년에는 전단안정성을 강화시켜 장수명으로 업그레이드한 API CI-4 Plus가 도입되었습니다.

 

PM과 NOx 배출 규제가 더욱 강화된 2007년에는 분진을 임의적으로 거르기 위해 DPF (Diesel Particulate Filter: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가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2010년에는 NOx 배출 최소화를 위해 추가적으로 요소수를 사용하는 SCR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선택적촉매환원)가 적용되기 시작하며 후처리 장치 적용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에 값비싼 DPF와 SCR을 망가뜨리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 엔진오일의 성분 함량을 축소하는 방향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실제로 금속과 반응해서 만들어진 황산염과 인, 황 성분이 후처리 장치에 고착되면서 장치 성능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위 성분들의 함량을 줄인 엔진오일이 출시되기 시작했는데요. 이때 생긴 규격이 바로 API CJ-4입니다. 혹자는 ‘해당 성분을 모두 줄이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이 성분들은 엔진오일의 마모와 마찰을 방지하는 고체 표면필름, Tribofilm를 형성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위 성분들은 SAPS (Sulfated Ash-황산회분, Phosphorus-인, Sulfur-황) 기준에 따라 필히 포함되어야 하며 그 양의 따라 High SAPS, Mid SAPS, Low SAPS 등으로 분류됩니다. 

 

3. Euro 6(2014) ~ Euro 6d(2020)

Euro 6도 단계로 변화되면서 현재는 Euro 6d (2020년~현재) 단계인데, 그 전인 Euro 6b(2015년) 단계부터 PM의 개수와 CO2의 양을 제한하면서 엔진오일에도 큰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배기가스 규제 기준이 보다 강화되며 모든 후처리 장치(EGR, DPF, SCR)를 같이 써야 만족하는 수준이기 되었기 때문에 엔진오일 또한 2017년부터 이를 반영한 최신 규격인 API CK-4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엔진오일보다 전단 안정성, 산화안정성, 바이오 디젤과의 적합성 등이 더욱 강화된 규격입니다. 한마디로 연비 개선을 통한 배기가스 배출 저하 기능이 강화되었다는 것이죠.
더하여 유가 상승에 따라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환경 규제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연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맞는 엔진오일 규격인 API FA-4가 도입되기 시작되었습니다.
해당 규격에 맞춰 개발되는 엔진오일의 점도는 연비 개선을 목적으로 하여 HTHS (High Temperature High Shear Test)가 2.9~3.5 mPa*s 인 xW-30 (0W-30, 5W-30, 10W-30)용입니다.
 
 
지금까지 API의 HDDO 규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정리하자면 HDDO는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후처리 장치 적용에 맞춰 성분함량을 줄이는 등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후 속편에서는 보다 자세하고 엄격한 분류 기준을 가진 유럽 규격 ACEA의 HDDO 규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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