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보훈 윤활유 박사
<시리즈 목록>
[윤활유 산업 이야기(1) 링크: 윤활유의 인식이 바뀐다, 우리의 삶과 함께 진화하는 윤활유]
[윤활유 산업 이야기(2) 링크: API의 베이스오일 그룹 기준과 합성기유]
[윤활유 산업 이야기(3) 링크: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PCMO편]
[윤활유 산업 이야기(4) 링크: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PCDO편]
[윤활유 산업 이야기(5) 링크: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HDDO편 #1
[윤활유 산업 이야기(6) 링크: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HDDO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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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들을 통해 엔진오일의 규격 및 관련 협회에 대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유럽 엔진오일 규격인 ACEA로, ACEA가 지난 4월 5년만에 업데이트를 단행한 엔진오일 규격에 대한 내용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업데이트에는 승용차용 엔진오일 규격인 ACEA A/B Class와 ACEA C Class만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상용차 규격인 ACEA E Class는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아 한 동안 2016년 버전을 그대로 사용하게 될 예정입니다. 차종에 따라 기술 발전이나 환경 규제 조건 등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각각의 시점에 맞춰 업데이트 되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미국의 API 또한 승용차와 상용차의 규격 업데이트가 별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엔진오일의 규격은 해당 시기의 자동차 기술 발전이 목표로 하는 지향점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자동차의 출력과 효율이 중요했던 시기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엔진오일도 설계되었으며, 환경보호가 자동차 기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된 최근엔 연비개선 및 경량화, 유해물질 배출 저감 등이 엔진오일 규격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ACEA는?
올해 ACEA의 엔진오일 규격 업데이트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ACEA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ACEA는 불어 ‘Association des Constructeurs Européens d'Automobiles’의 약자로 유럽자동차제조협회를 뜻하며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ACEA는 API(미국석유협회)와 함께 엔진오일 규격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API의 규격과 달리 ACEA는 디젤엔진에 대한 구분이 세부적으로 되어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유럽에서 일찌감치 클린디젤의 가능성을 보고 디젤 승용차를 개발했기 때문인데요.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으로 인해 API 규격이 많이 사용되었지만, 디젤 승용차의 대중화와 함께 ACEA 규격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에는 1972년 설립된 ACEA 전신 CCMC(제조업체위원회, Comité des Constructeurs du Marché Commun)에서 엔진오일의 등급을 가솔린은 Gx로, 승용디젤은 PDx로 카테고리를 나눠 관리해왔습니다. 이후 1996년부터 2003년까지는 가솔린 자동차를 위한 A Class와 승용디젤용 B Class로 나뉘었고, 2004년부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A/B Class와 C Class로 나눠진 규격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후처리 장치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또는 GPF(Gasoline Particulate Filter)의 유무로만 규격을 구분하며, 후처리 장치가 없으면 A/B Class, 후처리 장치가 있으면 C Class 규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ACEA 규격 업데이트
최근 ACEA 엔진오일 규격 변화에 대해 좀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ACEA 규격은 2004년, 2007년, 2008년 업데이트가 되고, 그 후엔 2년마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어 왔습니다. 2014년을 제외하고 2010, 2012, 2016에 각각 업데이트가 있었습니다. ACEA의 규격은 A/B, C, E 3개의 Class 내에서 12개의 카테고리를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2016년에 A/B Class 4개(A1/B1, A3/B3, A3/B4, A5/B5), C Class 4개(C1, C2, C3, C4)가 규격 업데이트가 이뤄지며 A/B Class 3개(A3/B3, A3/B4, A5/B5), C Class(C1, C2, C3, C4, C5)로 바뀐 것이 그 예입니다.(E Class는 4개로 유지) 다만 앞으로 새로운 Class(예를 들어 E Class에서 파생된 연비개선용 F Class)가 등장하면 이 규칙은 바뀔 수도 있습니다.
2016년 업데이트 이후에는 오랜 기간 소식이 없다가 지난 4월 30일 A/B와 C Class에 한해서 업데이트가 이뤄졌습니다. ACEA는 새로운 규격이 나오면 명시된 날짜부터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므로, 2021년 5월 1일 부로 새 규격이 적용되며 이전 버전의 유예기간은 2~4년 정도입니다. 즉, 새로 생산되는 제품에는 2021년 버전이 적용되지만 이미 생산된 제품은 유예기간 안에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업데이트 중 가장 큰 변화는 ACEA A3/B3 규격이 사라지고 ACEA A7/B7 이 새로이 들어갔다는 점과, ACEA C1 규격이 사라지고 ACEA C6 규격이 새로이 들어간 점입니다. 새로운 추가된 규격들은 기존 마지막 규격, 즉 ACEA A5/B5와 ACEA C5 규격에 가솔린엔진의 LSPI 해결, 타이밍체인 마모방지, 터보차저 엔진의 마모방지 기능 추가, 디젤엔진의 터보차저 컴프레서 Deposit 방지기능이 추가된 규격입니다. 이전 규격까지는 GDI 엔진의 문제점인 LSPI와 포드자동차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타이밍체인 마모를 방지하는 기능이 없었습니다. 물론 유럽 각 자동차 제조사들의 규격에는 적용이 되어 있었지만, ACEA의 규격에는 없었는데 이번에 추가된 것입니다. API SP 규격과 ILSAC GF-6와 비슷한 흐름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규격의 변화는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A/B Class의 카테고리를 분석해 보면 2가지 개념으로 나눠집니다. 각각 교환주기 연장과 연비 개선인데, 산화안정성을 높이고 마찰/마모를 줄여 연소실 내부의 온도 유지 및 슬러지 발생 감소로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늘리는 것과 HTHS(High Temperature High Shear)를 줄이고 유체의 마찰을 줄여 연비개선을 이루는 것으로 나누어 졌습니다. 이번 업데이트에선 교환 주기 연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할 성능으로 보고, 연비 개선도에 따라 HTHS 3.5 mPa*s 이상인 A3/B4와 HTHS 2.9~3.5 mPa*s 사이의 A5/B5를 구분하고, 여기에 LSPI 테스트, 타이밍체인 마모 테스트, 터보차저 컴프레서 Deposit 테스트를 추가로 진행하고자 하여 A7/B7로 구분했습니다.
규격마다 다른 성능은 TBN(Total Base Number)로 A3/B4는 10 mgKOH/g 이상이고 A5/B5는 8 mgKOH/g 이상, A7/B7은 6 mgKOH/g 이상입니다. 최소값만 달라서 만들 때 넉넉히 만들면 이 규정에 전부 포함되므로 크게 의미는 없습니다.
C Class 카테고리는 연비문제와 SAPS문제로 간단하게 구별이 가능합니다. 우선 새로운 규격인 C6도 Mid SAPS이므로 Low SAPS는 이제 ACEA C4만 남았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Mid SAPS입니다. SAPS는 Sulfated Ash, Phosphorus, Sulfur의 첫 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이 성분들은 후처리 장치, 특히 DPF와 GPF를 망가뜨리는 물질이기 때문에 사용량을 제한해야 합니다. 참고로 ACEA A/B 카테고리는 모두 High SAPS입니다. High SAPS에서 황(S)과 인(P)은 기록만 해주면 되며, Sulfated Ash는 1.6wt% 이하로 만들면 되지만, Mid SAPS는 각각 순서대로 0.8 wt%이하, 0.07~0.09 wt%, 0.3 wt% 이하의 성분 제한이 있으며, Low SAPS는 0.5 wt%이하, 0.05 wt%, 0.2 wt% 이하로 더 맞추기 어려운 규격입니다. 연비문제는 HTHS로 구별을 하는데 C3와 C4는 내구성 위주의 규격으로 HTHS 3.5 mPa*s 이상이며 C2는 2.9 mPa*s 이상, C5와 C6는 2.6~2.9 mPa*s 사이값을 요구합니다. 이는 연비개선 효과와 관계가 있으며, C5와 C6는 0W-20 점도처럼 저점도의 엔진오일에 해당하는 규격입니다. 새로 생긴 C6는 A7/B7과 마찬가지로 LSPI 테스트, 타이밍체인 마모 테스트, 터보차처 컴프레셔 Deposit 테스트가 추가된 규격입니다.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2021년 업데이트 된 ACEA 승용차 엔진오일 규격을 정리해 봤습니다. ACEA의 엔진오일 규격은 기본적으로 자가테스트 만족(Self-Satisfaction Certificate)이 기준이지만,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의 엔진오일 승인을 획득하려면 반드시 ACEA 규격을 통과해야 테스트 자격이 주어집니다. 따라서 ACEA 시스템에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제조사 승인을 얻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ACEA 규격 테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번에 업데이트에서 빠진 ACEA E Class의 경우 언제 업데이트가 될지 알 순 없지만, 상용차의 경우 최근 연비 개선에 대한 이슈가 계속 제기되고 있으므로 조만간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