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HDDO편 #2
  •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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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보훈 윤활유 박사

 
 

<시리즈 목록>

[윤활유 산업 이야기(1) 링크윤활유의 인식이 바뀐다우리의 삶과 함께 진화하는 윤활유]

[윤활유 산업 이야기(2) 링크: API의 베이스오일 그룹 기준과 합성기유]

[윤활유 산업 이야기(3) 링크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PCMO]

[윤활유 산업 이야기(4) 링크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PCDO편]

[윤활유 산업 이야기(5) 링크: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HDDO편 #1

 

이전 글에서는 HDDO(Heavy Duty Diesel Engine Oil), 즉 상용차용 디젤 엔진오일의 특성과 미국 쪽에서 사용되는(API) 제품 규격에 대해서 설명해드렸습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큰 힘, 오랜 시간, 가혹한 환경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운행하는 상용차들의 특성에 맞춰 엔진오일의 성분이나 점도도 기존 승용차용과는 다른 제품이 사용됩니다. 또한 API는 C 카테고리에서 상용디젤 엔진오일의 규격을 표시하고 있으며, 최신 등급일수록 더 좋은 성능의 엔진오일임을 의미합니다.

 

오늘 살펴볼 내용은 ACEA(유럽자동차제조협회)의 HDDO 규격, 즉 유럽에서 주로 사용되는 상용차용 엔진오일의 규격입니다. 유럽은 일찍부터 다른 지역 대비 디젤 엔진이 보편화된 만큼, ACEA의 규격 또한 더 엄격하고 세분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CEA의 상용디젤 엔진오일(HDDO) 규격

 

승용차량에는 디젤엔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승용차는 가솔린, 상용차는 디젤로 구분하기 쉬운 미국 시장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디젤엔진을 승용차에도 많이 활용해왔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럽의 엔진오일 규격은 승용디젤인 ACEA A/B와 ACEA C 카테고리를 따로 두고, 상용차용 디젤 엔진오일을 E 카테고리로 분리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ACEA의 A, B, C 카테고리에 관해서는 이전 칼럼에서 소개해드렸습니다.

[관련글: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PCDO편 링크]

 

ACEA의 E 카테고리가 처음 사용된 시기는 1996년입니다. E 카테고리는 지금까진 승용차 규격과 함께 업데이트가 진행되어 왔지만, 2021년 ACEA 규격이 전체적으로 새로 발표되었을 때 E 카테고리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여전히 16년도 버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CEA E Category는 현재 E4, E6, E7, E9의 4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분 기준은 SAPS의 양, HTHS(High Temperature High Shear, 고온전단) 유막 두께에 대한 내구성, 교환주기 등입니다. 간략하게 나눠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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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큰 구분 기준은 HTHS와 SAPS입니다. 짝수인 E4와 E6는 HTHS가 상대적으로 낮고, E7과 E9은 높습니다. 상대적인 기준인 이유는 실제 테스트를 통해 얻는 값은 4개 모두 HTHS 3.5 mPa*s 이상으로, 실질적으로 구별이 어렵습니다. 다음은 SAPS 관련 규정에 따라 E4와 E7는 High SAPS로 유로 5 규정에 맞는 DPF 미장착 엔진에 사용됩니다. E6와 E9은 Low SAPS로 유로 6 배기규정에 맞게 DPF까지 달려 있는 엔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추가로, HTHS가 낮은 E4와 E6는 교환주기가 더 긴 장수명 엔진오일입니다. 이는 HTHS가 상대적으로 높은 E7과 E9은 유막 두께를 두껍게 하는 내구성 위주로 사용하고, HTHS가 상대적으로 낮은 E4와 E6는 기유의 배합과 첨가제의 양 조절(극압첨가제, 마찰조정제, 산화안정제 등)로 교환주기 연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_1.png

 

API 규격과 ACEA 규격

 

 

API 규격과 ACEA 규격의 변화는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었지만 가장 큰 부분은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 변화를 준 것입니다. 특히 엔진 자체의 변화에는 한계가 있어 후처리 장치를 통해 기준을 달성해왔는데, 이 중 DPF가 엔진오일의 주성분인 인(P)과 황(S)에 영향을 받아 성능이 저하되므로 인과 황이 들어있는 첨가제의 양을 규제하면서 규격이 변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DPF 유무를 통한 APIACEA의 규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표_2.png

 

API의 경우 API CK-4 가 나올 때 연비개선용 규격인 FA-4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이를 볼 때 ACEA E 카테고리에도 아마 Fuel Economy용 규격이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F 카테고리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E와 마찬가지로 F도 장수명인지 아닌 지로 나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HDDO 규격에는 Heavy Duty 차량 및 엔진을 만드는 제조사의 규격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벤츠, MAN, 볼보, 캐터필러(Caterpillar), 커민스(Cummins), Mack, 도이츠 등 다양한 제조사 규격이 존재합니다. 이들도 각자의 기술에 맞게 엔진오일의 스펙을 강화하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차량에는 제조사 승인이 완료된 엔진오일을 사용하면 됩니다. 

 

HDDO의 점도 특성

 

상용차의 엔진오일규격도 많이 발전하고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엔진 기술의 발달 및 환경규제의 영향으로 변화는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Heavy Duty 디젤엔진은 저속에서 고부하 및 고출력을 내야 하므로 실제로 유체윤활 영역에서의 마찰과 마모가 상당히 큽니다. 이를 위해 두꺼운 유막 두께를 필요로 하고요. 또한 부품의 크기와 하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보호를 위해서도 두꺼운 유막이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따라서 상용차에서 일반적인 사용 점도는 xW-40 점도(ex. 10W-40, 15W-40)였습니다. 

 

지금까지 상용차 엔진오일의 점도인 xW-40을 맞추려면 저온 특성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Group II 기유로만 된 Mineral 엔진오일(광유)이나 Group II에 Group III를 혼합한 Semi Synthetic 엔진오일로도 충분해, 100% 합성 엔진오일을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물론 현재도 산화안정성과 증발량, 전단안정성 등을 강화할 목적으로 Group III 이상의 기유를 섞어 고급 엔진오일을 만들고 이를 윤활유 제조사의 노하우와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지만, 광유 기반 엔진오일도 성능은 API나 ACEA 기준 스펙을 충분히 만족합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상용차에는 연비개선(즉, 연료비 절감)보다 자동차의 내구성을 강화해 기능을 오래 유지하면서 수익활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엔진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더 큰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상용차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연비개선을 통해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의식의 전환이 생겼습니다. 이를 통해 도달한 결론은 기존의 엔진으로는 연비개선의 효과가 제한적이며, 별도의 연비개선 엔진 개발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xW-30(ex. 10W-30, 5W-30, 0W-30)의 점도를 갖는 Fuel Economy용 엔진오일 API FA-4가 상용차 규격에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유럽 ACEA 또한 새로 업데이트 시점에 맞춰 Fuel Economy 상용차 규격인 ACEA F8과 ACEA F11(ACEA E 카테고리는 E6가 E8로, E9이 ACEA E11으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벌써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상용차 엔진오일에도 저온 특성이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저온점도 특성 강화에 필요한 Group III 이상의 기유 사용이 필수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Heavy Duty 엔진오일의 규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오늘 짧게 언급한 유럽지역 신규 엔진오일 규격인 ACEA 2021을 함께 살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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